고양이, 최첨단 자동밥상을 경험하다


[애니멀피플] 동물 기자의 ‘펫테크’ 체험기
‘집사’ 대신 밥 챙겨주는 자동급식기
때 맞춰 뚜껑만 열리는 ‘재래식’은 옛말
IoT 기술로 밥상을 조정하다

<애니멀피플> 동물기자 고양이 ‘만세’와 <한겨레> 동물 통신원들이 ‘펫테크’(기술과 결합한 반려동물 용품) 사용기를 연재합니다. 솔직하고 객관적인 리뷰를 전합니다. 첫 회는 자동급식기의 세계를 경험한 고양이 통신원 ‘라미’와 ‘보들이’의 경험담을 싣습니다. 두 고양이는 <토요판> 박현철 기자의 반려묘입니다. ‘신문물’에 적응하지 못한 만세 기자의 부적응기 또한 덧붙입니다.

5일 저녁, 보들이가 급식기 문이 열리자 부리나케 달려와 밥을 먹고 있다. 이제는 제법 때 되면 열리고, 시간 지나면 닫히는 급식 시간에 적응했다.

5일 저녁, 보들이가 급식기 문이 열리자 부리나케 달려와 밥을 먹고 있다. 이제는 제법 때 되면 열리고, 시간 지나면 닫히는 급식 시간에 적응했다.

자동급식기는 제한급식을 하는 고양이들, 아니 집사들의 필수품이다. 하루 세 번(때로는 두 번) 밥 때에 맞춰 끼니를 챙겨주는 게 제한급식이다. 하루종일 집사가 우리들 곁에서 끼니를 챙겨주는 건 불가능하다. 그건 같이 굶어죽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집사와 같이 있으면 심심하진 않지만, 그래도 나가서 돈은 벌어와야 사료값을 감당할 수 있다는 사실 정도는 나도 안다.

24시간 사료를 쌓아두면 좋으련만 집사는 현재 만2세인 나(라미)와 보들이가 생후 4~5개월이 될 때쯤부터 제한급식을 시작했다. 시도 때도 없이 먹고 싸는 우리가 딱해 보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마트폰으로 밥상을 차리고 치운다고?

우리집엔 그래서인지 자동급식기가 두 개나 있다. 하나는 타이머가 돌아가면서 정해진 시간에 밥그릇 뚜껑이 열리는 ‘재래식’이다. 다른 하나는 와이파이와 연결돼 집사의 스마트폰을 통해 정해진 시각 또는 수시로 원하는 양 만큼 사료가 나오는 ‘최첨단’이다.

평소 집사는 재래식을 쓴다. 보들이와 난 하루 세 번 밥을 먹는다. 전날 자기 전에 맞춰놓은 타이머 식기가 아침 6시에 열리고, 아침에 일어난 집사가 그릇을 씻고 사료 무게를 재서 오후 2시에 열리게 설정을 한 후 출근을 하고, 저녁에 들어와선 일반 밥그릇에다 밥을 주고, 타이머 식기를 씻은 뒤 다시 다음날 아침 6시에 열리게 맞춰놓는 식이다. 결론적으로, 집사는 하루에 우리 밥그릇 설거지만 세 번씩 한다. 좀 안 됐다고 생각한다.

‘최첨단 식기에다 하루 두 번이나 세 번 알아서 열리게 맞춰놓으면 안 되냐’고 하는 ‘닝겐’(人間)이 있을 줄 안다. 안됐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보들이와 나는 매 끼니마다 사료 위에 뿌리는 가루로 된 영양제도 먹는다. 그래서 큰 통에 사료를 한가득 넣고 작동하는 최첨단 식기에선 사용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최첨단은 집사가 하루 이상 집을 비울 때만 가동된다.

이런 와중에 최근에 집사가 처음 보는 급식기를 또 들고 왔다. 사용기를 쓰기 위해 섭외한 ‘펫맘’(아이오텍)이라는 제품이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접목돼 집사의 스마트폰으로 어디서든 밥통을 조작하고 우리가 밥을 얼마나 먹는지까지 세세하게 보고가 들어간다고 했다.

그래서 아주 복잡하게 생긴 것이 집에 올 줄 알았는데, 막상 들고 온 물건은 사각기둥 모양으로 생겨선 사료가 나오는 구멍도 안 보이고 카메라도 없고 버튼도 안 보였다. 기존의 최첨단 식기는 가끔 배고픈 보들이가 사료가 떨어지는 구멍으로 앞발을 뻗어서 한두 개 훔쳐먹기도 했는데, 절제된 디자인 덕분에 그런 건 꿈도 못 꾸게 생겼다.

냉정(?)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다행스럽게도 제 때 밥그릇이 등장(?)하긴 했다. 마치 서랍을 열고 닫듯이 집사가 맞춰 놓은 시각에 집사가 맞춰놓은 양이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스르륵 밀려 나왔다. 집사는 그릇에 담긴 사료를 전자저울에 재어보더니 “딱 맞다”며 만족해했다. 집사가 설정해놓은 사료 양이 정확하게 담겼다는 뜻이었다.

신기하면서도 약 오르는 건, 30분이 지나면 밥그릇이 다시 식기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는 점이었다. 우리가 썼던 2개의 급식기에선 보기 힘든 기능이었다. 얄미운 집사는 2시간까지 가능한 ‘대기 시간’을 겨우 30분으로 해놓았다. 집사는 “밥그릇에 먼지나 털이 쌓일 일이 없고, 제 때 필요한 만큼 먹는 버릇을 들일 수 있겠다”며 좋아했지만, 나나 보들인 좀 불만이었다. 살짝 남겨뒀다 먹는 사료가 또 꿀맛인데.

하루는 나와 보들이가 사료의 절반도 못 먹었는데 밥그릇이 들어가 버린 적이 있었다. 그날 아침 집사가 간식을 준 탓이었다. 집사 퇴근할 때까지 밥 굶고 기다려야 하냐며 보들이와 함께 좌절하고 있는데, 두어 시간쯤 지나 눈 앞에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밥그릇님이 개봉되신 것이다. 그날 퇴근한 집사는 “반도 안 먹었길래 배고플까봐 (외부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열었다”고 했다. 누가 지켜보고 있었던 것일까. 내가 눈을 끔벅이며 신기하다는 듯 표정을 짓자 집사가 말했다. “너네들이 얼마나 먹는지 난 다 알지롱. 급식기가 알려주지롱.”

보들이가 급식기에 고개를 파묻고 부지런히 사료를 먹고 있다. 이번에 사용한 급식기는 고양이가 먹은 양을 측정해 다음 급여량에 반영했다. 이를테면 매끼 30g을 설정해뒀다면, 고양이가 첫 끼니에 15g만 먹었을 때 다음 끼니에 남은 15g만 더하는 식이다.

보들이가 급식기에 고개를 파묻고 부지런히 사료를 먹고 있다. 이번에 사용한 급식기는 고양이가 먹은 양을 측정해 다음 급여량에 반영했다. 이를테면 매끼 30g을 설정해뒀다면, 고양이가 첫 끼니에 15g만 먹었을 때 다음 끼니에 남은 15g만 더하는 식이다.

라미가 밥을 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보들이. 마치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듯 하다.

라미가 밥을 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보들이. 마치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듯 하다.

자동 설거지도 되면 좋겠다는 집사의 욕심

우리보다 이 급식기를 먼저 쓴 중년의 만세(7) 기자는 이런 철벽같은 냉정함에 영 적응을 하지 못했다. 만세 기자는 집사가 여행을 간 3박4일 동안 이 기기를 처음 경험했다. 집사가 불안한 마음에 일반 그릇에 사료를 담아두고 간 데다, 매일 이웃이 들여다보며 빈 사료 그릇을 채운 탓에 이 신식 기기는 저 혼자 밥그릇을 열었다 닫았다만 반복했다. 집사가 돌아와 이 기기에 적응시키기 위해 만세 기자의 기존 밥그릇을 비우고 종일 외출을 해보기도 했으나 그는 좀처럼 이 매끈하고 단정한 ‘신문물’에 적응하지 못했다. 맘 먹고 밥을 먹으려고 할 때 급식기가 스르륵 닫혀버리는 경험이라도 한 걸까. 아니면 개를 함께 키우는 집이라 식탐 많은 고양이가 몇 알이나마 빼앗아 먹을 수 있는 개 사료가 늘 거실 한 구석에 있기 때문일까. 집사는 밥그릇을 2시간까지 열어두었지만 스마트폰이 알려오는 사료의 양은 1g도 줄지 않았다. 새로운 기기는 반려동물이 조심성이 많거나 배를 채울 다른 ‘대체제’가 있을 경우 자리잡기 어려워 보였다.

우리 집사는 대체로 이 냉정하고 요상한 급식기의 기능에 만족해했다. 다만, 스테인리스 그릇을 설거지할 때만 투덜댔다. 그릇을 씻으려면 스마트폰 전용 앱을 열어야 했는데, 집사는 “급식기 구석에 (그릇 나오게 하는) 버튼 하나만 달아놓지”라는 말을 여러번 했다. 적어도 하루 세 번 설거지를 해야하는 집사가 편했으면 하고 나도 바란다. 그래야, 간식 하나, 통조림캔 하나라도 더 얻어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빈 그릇을 설거지하고 말려서 소독까지 한번에 해주는 울트라 최첨단 급식기가 저렴한 값에 얼른 나왔으면 좋겠다.

글 라미·보들이 통신원 사진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자동급식기 펫맘의 구조. 사료통에 사료를 부어두면 기계가 설정한 양, 시간에 맞춰서 반려동물에게 급여한다. 위생을 위해 스테인리스 그릇을 사용한다. 사진 아이오텍 제공

자동급식기 펫맘의 구조. 사료통에 사료를 부어두면 기계가 설정한 양, 시간에 맞춰서 반려동물에게 급여한다. 위생을 위해 스테인리스 그릇을 사용한다. 사진 아이오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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