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감별의 두 갈래 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을 “가짜뉴스”라고 칭하며 “가짜뉴스 대회를 열자”고 트윗을 날렸다. 사진공동취재단

국제 평화를 주 관심사로 하는 미국의 무당파 성향 싱크탱크 ‘스탠리 파운데이션’은 10월6일 색다른 내용의 짧은 정책 보고서를 내놓았다.

‘한밤중의 트윗 세 개: 핵안보와 정보 생태계’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소셜미디어 같은 현대의 정보 생태계가 최고 정책 결정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금까지 누구도 진지하게 생각지 못했던 질문을 정리한 내용이다. 예컨대 “정책 결정자가 위기 상황에서 온라인 흠잡기와 창피주기의 대상이 된다면, 이것이 그의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따위의 질문이다.

가장 색다른 질문은 이것이었다. “지도자가 정치 기반으로 삼는 지지층의 여론이 전쟁을 원하는 방향으로 격렬하게 몰아치는 경우, 그가 위기를 더 고조시키거나 또는 핵폭탄 사용에 유혹을 느끼는 정도는 얼마나 될까?” 요컨대 트위터와 핵전쟁의 상관관계는 무엇이냐는 질문이다. 정치 지도자가 온라인에서 ‘키보드 배틀’(온라인 채팅이나 댓글 등으로 벌이는 말싸움)을 심하게 벌이다보면 극단적인 일을 벌일 가능성도 꽤 커지지 않을까. 자려고 누웠다 온라인 댓글 때문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공감할 것이다.

이런 물음은 다른 시기 같았으면 코웃음을 쳤을 수도 있다. 요즘 같은 때엔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자도 꺼내지 않았지만, 어쨌든 우리 모두는 그의 강력한 영향 아래 산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전쟁이 나면 벙커로 이동하면서도 트윗을 날릴 만한 유명한 ‘트위터광’이다. 그는 10월27일 추수감사절 휴가에서 업무에 복귀하자마자 《CNN》 등 자신에 비판적인 언론을 “가짜뉴스”라고 칭하면서 “가짜뉴스 대회를 열자”고 트윗을 날렸다. 당선 과정에서 가짜뉴스 덕을 크게 본 그가, 전통 매체를 가짜뉴스라고 욕하는 모습은 아이러니다.

온라인 정보가 가짜인지 아닌지 어떻게 판단할까. 학계에선 이를 ‘웹 신뢰성 평가’라고 하며 연구했다. 이에 따르면 우리는 어떤 정보가 ‘신뢰할 만한가’와 ‘전문성은 있는가’ 등 2가지 기준과, ‘발화자’(출처가 어딘가), ‘말의 내용’(편향된 내용은 없는가), ‘디자인’(웹 디자인이 조악하지 않은가) 등 3가지 내용을 조합해 6가지 영역의 매트릭스를 동원해(물론 의식적으로 동원하는 이는 없겠지만) 정교한 평가를 내린다. 문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이런 매트릭스가 쉽게 헝클어진다는 점이다. 트윗에 리트윗을 거듭하거나 카톡이 전달에 전달을 거듭하면 어디까지 사실이고 거짓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일이 되고 만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대응을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대형 서비스 업체에 맡기는 방식으로 해결해왔다. 이런 업체들이 짠 알고리즘이 선별해주는 검색 서비스 추천이나, 소셜네트워크의 뉴스피드 등의 정보를 믿어왔다. 최근 가짜뉴스가 화제가 된 이유는 갑자기 가짜가 판을 쳐서라기보다, 이런 우리가 믿고 맡긴 ‘판단의 대리자’가 정보의 평가에 실패를 거듭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앞엔 두 길이 펼쳐져 있다. 하나는 더 강력한 대리자를 만들어서 판단을 계속 맡기는 것, 또 다른 하나는 맡겨두었던 판단을 자신이 좀더 주체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무엇이 옳은 길일지 판단하긴 쉽지 않지만, 편하다고 누군가의 판단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기묘한 정치 지도자에게 핵폭탄을 맡기는 것처럼 말이다.

권오성 <한겨레> 미래팀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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