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폐쇄로 가닥은 잡았지만…정부 내 온도차 여전


‘가상통화 대책’ 비공개 차관회의

법무부 강경책 주도
“현재는 도박장 형태로 운영
특단 대책 전부처 이견 없어”
가상증표 거래금지법 추진

금융당국 온도차
모든 거래소 폐쇄는 아닐 것
‘김치 프리미엄’ 사라진다면
규제 강도 낮추자는 시각도

기재부·정통부 신중
블록체인 기술 활성화에 무게
김 부총리 “균형잡힌 시각 필요”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 가상화폐 거래소에 설치된 시세 전광판에 숫자들이 쉴새없이 변화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법안을 준비중이라는 법무부에 발표에 급락했던 가상화폐는 이내 예전의 시세를 회복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12일 오후 서울 중구 한 가상화폐 거래소에 설치된 시세 전광판에 숫자들이 쉴새없이 변화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법안을 준비중이라는 법무부에 발표에 급락했던 가상화폐는 이내 예전의 시세를 회복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가상통화 시장에 대한 정부 대응이 ‘거래소 폐쇄’로 잠정 확정됐으나, 여진은 남았다. 가상통화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에 부처 간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는데다 과열 양상이 진정되는 등 시장 상황이 반전하게 되면 정부 입장이 바뀔 여지도 있어 보인다.

정부는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가상통화와 관련한 비공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었다. 국무조정실 쪽은 지난달 13일과 28일 두차례에 걸쳐 발표한 가상통화 관련 대책의 추진 상황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열린 것이라고 밝혔지만, 전날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 추진’ 발언 이후 긴급하게 소집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박상기 장관이 직접 거래소 폐쇄 방침을 밝힌 법무부는 강경론을 고수하며, 외려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 와 한 통화에서 “거래소 폐쇄라는 방향은 전 부처 내 이견이 없다. 청와대도 청원이 들어오고 하니까 정무적으로 (조율이 안 됐다고) 말한 것이다. 입장은 우리와 같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가상통화 거래는 주식 거래와는 전혀 다른 도박장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가상통화 시세는 수요와 공급 원리로 형성되지 않는다. 거래소에서 가격이 얼마다 하고 부르면 그게 가격이 되는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라고도 말했다.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 간의 힘겨루기를 통해 값이 매겨지는 게 아니라 중개자 뜻대로 값이 형성된다는 의미다.

법무부는 가상통화 거래는 도박장 거래와 같다고 판단해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는 취지의 ‘가상증표 거래 금지에 관한 특별법’ 초안을 마련해둔 상태다. 법안은 가상통화 거래소를 통한 거래를 금지하고 이를 중개하거나 광고하는 행위까지도 막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으며, 위반 시 처벌조항도 포함된다. ‘형법’상 도박장 개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에 관한 법률’상 주가조작 등을 참고해 처벌 수위를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정부 내 비교적 강경파로 분류되지만 법무부와는 다소 온도 차가 감지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큰 틀에선 법무부와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법무부가 모든 거래소를 원천적으로 폐쇄하자는 생각을 갖고 있는 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내에선 한국 시세가 다른 나라 시세를 웃도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거래 규모도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 맞는 수준으로 줄어들면 규제 강도를 다시 낮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가상통화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 활성화 쪽에 무게를 두는 쪽에선 좀 더 신중한 태도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정부 세종청사에서 혁신성장 지원단 점검회의를 연 뒤 기자들과 만나 “거래소 폐쇄는 법무부의 안으로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한 내용”이라며 “(가상통화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의 경우 여러 산업이나 보안, 물류 쪽과 연관성이 많기 때문에 균형 잡힌 시각에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거래소 폐쇄 등 강경 대응에 앞서 정부 규제가 블록체인 기술이 가진 성장잠재력에 끼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대표 사례가 가상통화인데, (기술 혁신에)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현재 과기정통부는 부처 간 회의에서 거래소의 보안 점검 분야에만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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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도 “경제부처는 기술 변화에 둔감하고 산업 부처는 금융에 이해도가 낮다. 이런 상황에서 투기 과열 양상이 지속하다 보니 기술과 금융 모두에 밝지 않은 법무부가 주도권을 쥐는 모습”(기재부 국장급 간부)이라거나 “가상통화 거래가 이뤄진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 않나. 가만히 있다가 왜 갑자기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다”(과기정통부 간부)라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경락 김재섭 방준호 김양진 노지원 기자 sp96@hani.co. 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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